부동산 FAQ…그 오해와 진실
전세 아파트 이사 때 '장기수선충당금' 챙겨야
부동산 FAQ…그 오해와 진실
주택이나 상가를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금상첨화. 그러나 사람 일이 늘 그렇듯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는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한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닌 수억원대 부동산이라면 공인중개사가 나선다 해도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시지부에는 다양한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빗발친다. 이들의 민원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문제를 중심으로 공인중개사협회와 함께 그 해결책을 살펴봤다.
보수나 교체 위해 적립…집주인이 부담
① 장기수선충당금을 되찾아라=최근 부산 연제구 A아파트에서 전세계약이 끝난 박모(53)씨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고, 아파트 관리비를 정산하다가 일전에 친구가 "이사하기 전에 장기수선충당금을 집주인한테 받아내라"고 귀띔한 일이 떠올랐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집주인의 의무여서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집주인 B씨는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완강히 버티기 시작했고, 실랑이 끝에 결국 공인중개사협회에까지 민원이 접수됐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 등이 낡으면 시설의 보수나 교체에 사용하기 위해 마련하는 적립금. 아파트마다 3.3㎡당 100~500원 사이에서 아파트관리규약으로 요율을 정하고 있다. 매달 아파트 관리비 내역서를 보면 그 금액이 명시돼 있고, 대략 2년 동안 1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가량 내게 된다.
주택법 51조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당해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하여 적립하여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 체결 때 특별히 약정한 내용이 없다면 소유자 부담이 원칙이다. 또 전세를 안고 2년 전 아파트를 구입한 소유자라도 4년간 입주했던 세입자에게 4년치 장기수선충당금을 정산하여 지불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충당금 환급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이를 내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야반도주 임차인 집기·물건 임의로 처분 안 돼
② 행방불명된 세입자의 짐 처리는=부산 남구에서 상가건물을 임대 중인 김모(61)씨는 고민에 빠졌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상가를 임차한 사람이 3개월치 월세를 연체한 뒤 2개월이 넘도록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밀린 월세가 보증금을 넘어섰는데, 상가 안의 집기와 물건을 들어내도 괜찮습니까"라며 협회에 문의했다.
주택이나 상가에서 종종 발생하는 '야반도주형' 사고다. '임차인이 두 차례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그 짐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러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청구 소송을 낸다. 행방을 모른다면 불거주확인증을 받으면 된다. 승소해 확정 판결이 나오면 건물명도집행절차를 집행관에게 위임해 물품을 처리한다. 물건은 적당한 곳에 보관했다가 보관비용을 청구하든지, 공탁절차를 밟아 공탁소에 보관하면 된다.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형사적으로는 건조물 침입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개수수료, 임대인이 내는 게 원칙
③ 임대차계약 만기 전 계약해지로 인한 중개수수료는 누가 낼까=부산 사하구에 사는 최모(37)씨는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돼 전세계약 만기를 6개월 남겨놓고 이사를 하게 됐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흔쾌히 이를 수락해 집을 내놓았고, 다행히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났다. 그러나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에서 중개수수료를 빼버렸고, 최씨는 '주인이 내야 할 수수료를 내가 왜 내느냐'고 항의하기에 이르러 큰 싸움으로 번졌다.
협회는 이 경우 계약해지 과정에서 중개수수료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면 집주인이 중개수수료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에선 '원인을 제공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일종의 손해배상금으로 간주하는 게 관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결국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집주인과 사전에 중개수수료와 관련해 명확한 협의나 약정을 하는 게 좋다.
전·월세 감액청구 12% 한도 내 가능
④ 경기불황 인한 영업부진 이유 월세 깎을 수 있나=부산 부산진구에서 보증금 5천만원, 월세 150만원에 의류상가를 임차한 김모(43·여)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1년 이상 적자에 허덕이게 되자 주인에게 월세를 인하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이미 계약한 내용인데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협회의 문을 두드린 김씨는 법적으로 월세 인하를 요구할 권리가 있을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차임 감액'(월세 등의 인하) 청구권에는 그 비율의 한도가 없으나 반대인 증액의 경우는 임대료 또는 보증금의 12%를 초과할 수 없고, 또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다시 증액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급격한 경기변동이나 주변 상가보다 높은 월세를 주고 있다면 최소한 증액 한도인 12% 내에서는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기변동의 판단 등이 어려워 항상 분쟁이 일고 있어 중재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협회는 또 '12% 한도'가 무리하게 월세 인상 등을 요구하는 건물주의 횡포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관련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계약금만 주고받았다면 일방해제 가능
⑤ '자고 나니 집값 올랐다'고 해약해도 되나=협회에는 계약해제와 관련한 문의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예컨대, 부산 강서구에서 계약금 3천만원으로 계약한 박모(54)씨. 그는 계약 며칠 만에 집주인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이슈로 떠오르며 집값이 들썩이자 돌연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계약서대로 계약금의 배인 6천만원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계약한 지 며칠밖에 안되는데 계약금만 돌려주겠다"고 주장해 갈등이 불거졌다.
일단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이라면 계약금만 주고받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계약해제가 가능하다. 다만 집을 산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면 되고,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한다면 배액을 줘야 한다.
그러나 중도금이 조금이라도 지급된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계약이 확정적인 것이 돼 합의나 약정 또는 채무 불이행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