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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 나이 들면서 더욱 멋있어진다

사과나무 아래서 2010. 2. 26. 12:11

 

배철수, 나이 들면서 더욱 멋있어진다
배철수는 ‘송골매’ 리더 시절인 20대에는 머리를 길게 내리고 콧수염을 기른 게 인상적이었다. 장발을 단속하던 시절이라 그에게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아 이미지가 느껴졌다. 데뷔곡인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탈춤’ 등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인 개성과 자유ㆍ반항 등을 그룹사운드의 전자음으로 짜릿하게 발산한 노래들이다.

당시 20대 청년 배철수는 지금 60을 바라보는 중년이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일은 중단했지만, 20년간 한결같이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MBC FM 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오는 3월 19일로 20주년을 맞는다. DJ 배철수가 이를 기념해 고심해 선택한 100장의 음반이 발매됐으며, 100장마다 자신의 코멘트를 담은 ‘Legend-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이라는 기념서적도 함께 발간됐다.

배철수가 선정한 100장의 명반에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시작으로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을 거쳐 프란츠퍼디낸드까지 시대별로 중요한 음반을 엄선했고, 아바, 마일스 데이비스, 밥 딜런, 레드제플린, 듀란듀란, 에미넴, 노라 존스, 산타나 등 팝음악의 전 장르를 망라한 대표작들을 포함시켰다.

우리가 듣는 음악이 팝에서 가요 쪽으로 이동했는데도 지상파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게 팝음악만을 20년간 들려주고, 자신은 방송에 지각도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최소한 방송 시작 2시간 전에는 스튜디오 안에 들어갔다고 한다. 항상 즐거운 생각만 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사람들도 가려서 만났을 정도다.


10대부터 50대까지 퇴근길이든, 하굣길이든 ‘배철수의 음악캠프’ 한 번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히트 팝송을 많이 틀어주지만 영미권 신보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전해주는 이 프로그램이 음악계 종사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MBC내에서는 배철수를 직원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 20년간 MBC 7층에서 근무했으니 MBC에는 그보다 늦게 입사한 직원들이 반은 넘을 테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셈이다.

배철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멋있어지는 남자다. 그가 젊을 때는 그리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른 얼굴에 하얗게 센 머리가 중후함과 결합해서 특이한 멋을 뿜어낸다. 하지만 그의 멋스러움은 외모에서가 아닌 그가 한결같이 걸어온 이력 때문이라는 걸 다 안다. 그래도 본인에게 그 이유를 한 번 물어봤더니 스스로도 이를 인정(?)했다. “20년 전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으니까.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산타나 등 유명 아티스트뿐 아니라 스포츠ㆍ연극ㆍ영화 등 각 분야 대가들을 많이 만났다. 대가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뚜렷한 자기주관, 삶의 철학, 성장 과정, 자기관리 등을 듣고 좋은 점은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이 말은 배철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 음악인으로 남아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대한민국 가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팝음악을 열심히 듣고 자랐다고 한다. 자신도 중학교 때 ‘Sealed With A Kiss’를 듣고 마음이 움직여 평생을 팝음악과 함께하고 있다. 영화도 할리우드영화를 자주 보고 자란 세대가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단다.

그러니 배철수가 대한민국 가요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는 “20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지 모르게 갔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역시 즐기는 자를 당해내기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