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강-황인숙
사과나무 아래서
2010. 3. 31. 19:33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
강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시집 <자명한 산책중에서'강'>, 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