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패랭이꽃

사과나무 아래서 2007. 3. 24. 13:35

패랭이 꽃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 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 꽃을 쳐다본다.


한 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 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잊혀지지 않는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