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있는 섬

산티아고 순례기를 읽고..

사과나무 아래서 2007. 3. 28. 14:03

 

얼마전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산티아고 순례기' 가 나를 흔들어놓고 있다

서명숙님..오랜 기자생활에서 오는 쳇바퀴 도는 일상의 회의와 권태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떠났다. 달랑 베낭 하나 지고 그것도 단순히 쉬기 위한 여행만이 아닌 장장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보 여행을 떠났다 한다

혼자서 때로는 같은 여행자들과 바람과 달과 자연을 벗삼아 걷고 또 걷고..

마침내 그녀는 목적지인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과 파울로 코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그 길..

그녀가 왜 떠나야만 했는지 그리고 그 여정에서 무얼 얻었는지를 알 것 같다고 감히 말해도 될런지..

떠난다는 것, 걷는다는 것의 의미를 이젠 좀은 알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그냥 피상적인 이해에 그쳤을 테지만 아니 어쩌면 그녀의 무모함에 혀를 찼을지도

모르지만..

 

대학시절, 학교 가는 길에 그냥 공항 가는 버스를 타버리곤 했던 적이 몇번 있었다

거기 국제선 청사에 앉아 떠나는 사람들과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막연히 떠나고 싶단 생각을

달래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실제 이륙하는 비행기 속에서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여행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걷는 건 더더욱 질색인 나인데 이리도

그녀의 순례기가 여운으로 남는 건 왜인지..

나에게도 어떤 전환점이 필요해진 때가 되었을까..

지금까지의 피상적이었던 삶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픈 욕구..

진정으로 온전히 내 자신이고 싶은 시간이 내게도 이제 필요한가 보다

물론 그것은 꼭 서명숙씨처럼 산티아고를 여행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내 앞에 펼쳐질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필요한 때, 준비가 된 때 상황은 절로

따라온다 했으니..그 때 내가 모르고 지나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