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스크랩] 4번 유형 : (예술인)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13. 09:17

4번 유형 : (예술인)
예술 감각이 뛰어나면서 침착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에니어그램 공부나 수련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기계적 삶을 살고 있다는 자각과 자신의 모자람을 깊이 인식하고 자각하는 데서 시작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기계성과 아울러 (지식이나 깨달음의) 모자람, 이 두 가지가 에니어그램 수련을 하는 전제 조건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4번 유형은 누구보다도 자기 이해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자각과 자기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4번 유형은 자기가 하는 어떤 일에 있어서도 흠이 생길까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면, 완전을 향하여 달려가게 됩니다. 그야말로 ‘완전무결’을 위하여 의식적 노력을 합니다. 이것은 4번 유형이 아주 건강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중요합니다. 더욱이 완전을 향해 가면서도 감정의 균형을 잃지 않고 자기이해의 든든한 바탕 위에서 어떤 고통이나 고난도 참아내면서 간다면, 풍부한 감성과 침착성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런데 4번 유형은 어려서부터 혼자 있기를 잘 하였습니다. 어쩌면 부모와의 관계나 환경이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친 부모가 자녀들을 무정하게 대하거나 학대해서 꼭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부모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예를 들자면,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자녀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없거나 너무 부족하면, 심리적으로 자녀의 삶 속에 부모는 부재중인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린이는 자연히 혼자 있게 됩니다. 외톨이가 되기 쉽고, 외로움을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거나 이겨내기 위하여 4번 어린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무엇을 만들거나 집안에 있는 뭐라도 뜯어보고 열어봅니다. 그러다가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니면, 공상을 잘 합니다. 이것이 늘면서 환타지아가 되고 또 풍부한 상상력으로 발전합니다.

4번 유형은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또 편합니다. 커서 어른이 된 뒤에도 사교적이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잘하지만, 혼자 있는 것이 좋은 사람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어떤 유형, 예를 들어 8번 유형은 남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반면에 혼자 있는 것을 잘 못하거나 심지어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4번 유형은 혼자 있는 것을 잘하고 즐기고, 게다가 자기이해가 중요한 만큼 개인주의 성향이 일찍부터 발전해서 강합니다. 자기를 스스로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자기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일을 모두 혼자서 해결하고 성취합니다. 일단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잘 이해하고 나면, 스스로 감정의 균형과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침착하고 감성이 풍부합니다. 그런 바탕에서 예술성이 꽃피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런 예술혼이 꽃피고 독창성이 솟아오르게 하는 밑바탕에는 그의 격정이 크게 작용합니다. 평범한 것을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늘 독특한 것을 찾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찾던 것이 자기에게는 없는데, 바로 그런 것이 남에게 있는 것을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격정이 시기로 나타납니다. 흔히 질투와 혼동이 되기도 하는 이 감정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즉, 질투는 자기에게 있는 것을 빼앗길까봐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이고, 시기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서 발견했을 때 나오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찾던 것이 남에게서 발견되었다고 하여, 그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면, 그것은 이미 독특한 것이 아니고, 그저 남도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4번 유형은 시기심에서 발동이 시작되어 마침내 남이 가진 것을 능가하는 미를 창조해야 하고, 그야말로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독특한 것을 만들어야 하기에 창작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격정 속에 있는 최선의 에너지가 창작과 예술로 표현되거나 예술적인 삶의 표현으로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 4번 유형은 몹시 좌절하고 우울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흔히 쓰는 말로 ‘방콕’합니다. 어려서부터 자기이해나 자기 표현이 제대로 안되면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골방에 처박히던 습성이 심리적으로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성향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성향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흔히 4번 유형이 자신의 감정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주변에 대하여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거나 못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하여 주변 사정이나 정보에 어둡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보면, 늘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도 잘 모릅니다.

고독과 고립에 익숙한 이들은 창작과 예술의 세계 속에 깊이 빠져드는 열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부정적으로 격정에 사로잡히면, 좌절과 우울증에 빠지거나 히스테리칼해지고, 여기서 더욱 심해지면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어려서 입은 상처가 도지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이들은 상처에 민감할 뿐 아니라 지나간 세월 속에서 입은 상처에 대해서도 기억을 잘합니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를 비롯하여 수없이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삽니다. 그런데 이런 상처는 발견하고 인지하고, 확인하고,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나누면 치유됩니다. 치유된 상처는 상처에 대한 기억으로는 남아도 그것이 더 이상 역기능을 하는 것으로 남지는 않게 됩니다. 바로 이런 상처와 치유의 과정에 대해서도 4번 유형은 또한 민감합니다.

4번 유형 예술가들의 초기 작품을 보면 상처가 주제로 잘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잊혀지지 않은 상흔’이라든가 ‘깊은 상처’같은 것입니다. 또한 후기 작품들을 보면, ‘치유된 상처’ 또는 ‘상처로부터의 탈출 또는 회복’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상처의 치유를 경험한 예술가는 스스로 감성이 풍부해지고 자신의 영혼을 돌볼 뿐 아니라 그 작품을 감상하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돌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상처를 작품으로 표현하면서도, 남과 더불어 나누는 열린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와 그 세계에 갇힌 상태에 계속 머물면 스스로 상처를 계속해서 건드리는 결과에 빠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욱 불건강하고 에니어그램으로 말하면 퇴화하기 때문에 자살의 위기로 치닫게 됩니다. 예술가들 중에 정신 이상이 되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더러 발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혹은 이렇게 심한 경우는 아니라 하더라도, 4번 유형은 ‘흠이 있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에, 뭣엔가 골똘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고민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두통 또는 편두통을 앓게 됩니다. 그러나 편두통의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과 예술혼을 불사를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예술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경우는 창조적 삶이 새롭게 펼쳐지는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마치 ‘우울증이란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욱 풍부한 지혜와 감성을 지니게 되는 경우라 할 것입니다.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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