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박두진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14. 09:30

 

 

도봉(道峰)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도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박두진(朴斗鎭,1916! ).

 

 

 

호는 혜산. 경기도 안성 출생.
<향현>,<묘지송> 등으로 <문장>지에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
초기에는 자연친화의 경지를 추구하였으나, 광복 후에는
<해>를 발표하면서부터 기독교적 색채를 띤 이상향에의 갈망을
추구하였다. 6.25 이후에는 강한 민족의식에 기반하여 사회의
부조리.불합리에 저항, 비판하는 시를 썼다.
시집으로는 조지훈, 박목월 등과의 공동시집인 <청록집>(1946),
<해>(1949),<오도(午禱)>(1953),<거미와 성좌>(1962),<인간밀림>
(1963),<하얀 날개>(1967),<고산식물>(197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