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문정희
사과나무 아래서
2007. 7. 28. 22:29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문정희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구절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이 나이에 아직도 사랑?
하지만 사랑이 나이를 못 알아보는구나
사랑이 아무 것도 못보는구나.
겁도없이 나를 물어뜯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열 손가락에 불붙여
사랑의 눈과 코를 더듬는다
사랑을 갈비처럼 뜯어먹는다
모든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숨막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