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있는 섬

봄비 내리는 날에..

사과나무 아래서 2008. 4. 16. 11:01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비 탓일까.

자꾸만 감상적이 되려는 마음을 오늘은 걍 허용? 하기로 한다

비에 대한 내 상념도 세월따라 조금씩 바뀌어왔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괜히 신이 났었던 것 같다

슬레이트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병에 담으며 참기름 장수 놀이하던 기억과

어느 비오는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의 기억이 난다

도너츠 가게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보니 불현듯 따스한 그 무엇이 그리워지며 엄마 생각도 나서

얼른 집에 갔는데 엄마가 따뜻한 찐빵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계시던 기억이 ..

지금은 아주 희미한 한 장면처럼 남아있지만 그때 엄마의 포근함과 찐빵의 따뜻함이 내게 주던 행복감..

너무도 그리워진다ㅠㅠ

 

중학교 때는 비가 오면 뛰쳐나가 그 비를 흠뻑 맞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그때가 사춘기였나보다. 이성도 아니고 외모도 아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 같은 거

알 수없는 그 목마름을 비가 적셔주곤 했는데 정말 그 비를 흠뻑 맞은 적이 있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는데 도저히 그 충동을 누를 수가 없어 친구랑 우산도 안쓰고

송도 바닷가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바닷가 입구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마침 그때 교회에서 울리던

종소리에 내 온 마음과 몸이 정화되는 듯하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등학교 때는 그런 무모한 짓은 안하게 되었지만 괜히 감상적인 기분에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따위

시들을 �조리며 편지를 쓰곤 했다

그리고 때로 야자하다 지칠 무렵 비가 내리면 학교를 뛰쳐나가 비 속을 맨발로 뛰어다니는 상상들을

하며 달래곤 했던 기억..

 

대학교때는 보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비의 이미지에 더해졌던 것 같다

이슬비 내리는 공원에서 팔짱끼고 걷던 기억이랑 비를 맞으며 나누던 골목에서의 키스 같은 것..

또는 까페 유리창을 통해 바다로 또는 도로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기억등등..

 

                                

 

그리고 이제는...

아직도 뛰쳐나가 비를 맞고 싶은 열정은 남아있지만 행동으론 옮길 수 없는 나이..

아마 그러면 비에 젖은 꼴상 사나운 아줌마가 되겠지ㅋㅋ

어디 분위기 좋은 카페라도 가고 싶지만 그것도 마뜩찮고..

 

그저 예전의 그 열정을 그리워하며 가슴에 묻은 채, 무거운 가방에 우산 쓰고 등교하는 아이를

안쓰러워하며 빨래 걱정부터 하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ㅠㅠ

그래서 이렇게 글로서라도 스스로를 위안할밖에..

그래 때론 이래도 되는거지 뭐..좀 감상에 빠지면 어때.....

                         

 


x-text/html; charset=EUC-KR" volume="0" loop="-1" omcontextmenu="return fal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