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게 길을 묻다
/천양희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물 속에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물 속에서 물만 먹고 살았지요
물 먹고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물보라는 길게 물을 뿜어 올리고
물결은 출렁대며 소용돌이 쳤지요
누가 돌을 던지기라도 하면
파문은 나에게까지 번졌지요
물소리 바뀌고 물살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웅덩이 속 송사리떼를 생각했지요
연어떼들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물가의 잡초들을 힐끗 보았지요
눈비에 젖고 바람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生)도 물 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물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물 먹고 산다는 것은 물 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물 먹고 살수록 삶은 더 파도쳤지요
오늘도 나는 물 속에서 자맥질하지요
물같이 흐르고 싶어, 흘러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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