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

칼릴 지브란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29. 02:53

칼릴 지브란


흰 터번을 두른 만년설의 나라 레바논의 삼나무 숲에서 태어난 칼릴 지브란은 어린 시절을 사색과 명상 속에서 보냈다. 밤색 머리와 높은 이마, 꿈꾸는 듯한 눈을 지닌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열두 살이 되던 해 지브란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보스턴의 빈민굴에서 그는 영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을 찾아헤매는 이방인으로 살아갔다. 수도원 같은 화실만이 그를 온전히 존재케 한 공간이었다. 이때 그를 구원한 이는 열 살 연상의 메리 해스켈이었다. 지브란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 묶음과 그녀의 일기장은 그녀가 지브란의 삶을 지탱해 준 큰 힘이었음을 말해 준다. 지브란은 해스켈의 최종 승인을 받기 전에는 단 한 줄의 글도 출판사에 보내지 않았다.

시인은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만, 나이 차이를 극복한 결혼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믿은 해스켈은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녀의 사촌과 결혼한다. 그후 지브란은 뉴욕의 은둔처에서 고독하게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침묵을 견뎌 냈다. <예언자> <부러진 날개> <모래와 거품>을 비롯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그는 모든 작품과 그림 도구들을 해스켈에게 남기고 4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특히 그 자신이 그린 탁월한 수채화 그림들이 수록된 시집 <예언자>는 타고르의 <기탄잘리> 이래 '동양에서 나온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란 찬사를 받으며 20세기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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