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증권

따져보자, 펀드 등급

사과나무 아래서 2007. 12. 6. 11:41

 

[펀드야 놀자]  [중앙일보]

 


펀드 평가사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에 등급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펀드평가 등급은 수익률만이 아니라 위험을 감안한 ‘위험조정 성과’가 유사한 성격의 펀드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따져 매기게 됩니다.

지난주에 말씀 드린 표준편차는 위험조정 성과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위험 지표이고, 이를 이용한 위험조정 성과 모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샤프지수’입니다. 샤프지수는 수익률의 변동성에 대비해 수익이 얼마나 좋은지를 나타냅니다. 위험조정 성과를 측정하는 모델은 샤프지수 외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펀드평가사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이를 변형한 모델로 펀드등급을 부여하지요. 일반인이 복잡한 평가 모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펀드평가사들이 행하는 펀드 평가는 과거 지향적인 것으로 뭔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특정 펀드의 과거 3년간 평가 등급이 1등급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믿어선 곤란합니다. 그럼에도 평가사들이 위험조정 성과 등급을 매기는 것은 그래도 운용 능력을 평가하기에 이만 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수익을 올린 두 개의 펀드를 가정해 보죠. 한 펀드는 수익률 기복이 심했고 다른 펀드는 안정적 수익을 냈다면 위험을 조정한 평가 등급은 후자가 높습니다. 수익률 기복이 낮은 펀드에 처음부터 투자했던 고객들은 평가기간 동안 심리적 불안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을 겁니다. 중간에 투자한 고객들의 연 환산 수익률 또한 평가기간 동안 올린 연평균 수익률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는 펀드매니저의 ‘관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힘든 것으로 매니저 및 해당 운용사의 우수한 운용 능력을 나타냅니다.

그런데도 높은 평가등급이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해당 펀드의 운용 환경이 빈번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등급을 받은 기간 동안 펀드를 운용했던 매니저가 교체되거나 해당 운용사의 운용 방침이 바뀐다면, 더 이상 과거 평가 등급은 무의미합니다. 이 같은 요인까지 감안한 종합적인 펀드 평가가 외국에선 일반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선 사실상 금지돼 있어 안타깝습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