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맛

메밀꽃 필 무렵(장어집)

사과나무 아래서 2008. 10. 18. 11:40

 

 

    메밀꽃 필 무렵(장어집)  





 <부산일보>

 오랜만에 시내를 빠져나와 기장읍 죽성리 쪽으로 향했다. 이쪽 세상은 온통 푸르디 푸르렀다. 죽성리 바닷가 마을 끝 무렵에서 '메밀꽃 필 무렵'이란 예쁜 음식점을 만날 수 있었다.


 



 


  왜 메밀꽃 필 무렵일까? 이 집 주인 최래순(43)씨의 고향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란다. 비록 고향을 떠나 있어도 늘 고향을 잊지 말자는 생각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봉평에서 가져온 메밀꽃 씨앗을 정성스레 뿌렸다. 지금도 간간이 메밀꽃을 볼 수 있지만, 9월이 되면 이 일대는 온통 메밀꽃밭으로 뒤덮일 것이다. 죽성 일대를 둘러보니 횟집과 장어구이집들이 많다.
 하지만 예쁘기로 따지면 역시 '메밀꽃 필 무렵'이 으뜸이다. 특히 나무와 황토로 만들어진 방갈로는 또 다른 세상이다.


 



 


방갈로 안에 들어가 보았다. 사방으로 창문이 열려 바닷바람이 치고 들어온다. 이리 들어와 저리 나가고, 저리 들어와 이리 나간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냐고 물었더니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특히나 비오는 날에 그 곳에 들어가 있으면 세상 걱정을 잊을 만하다.


 



 


 비오는 날에 만나는 또 하나의 혜택이 있다. 안주인 '서울댁' 홍효진씨의 싹싹한 서비스이다. 비오는 날이면 손님들이 차에 탈 때까지 우산을 씌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신발이 젖을까 걱정해 신발을 봉투에 싸 놓는다고 한다. 손님들 한번 확인해보시길!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장어(500?), 새우(8마리), 조개(6∼8개)로 이뤄진 모듬메뉴다.
 가격은 3만5천원으로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다. 식탁에 오른 물잔은 이쪽저쪽이 마구 찌그러진 게 예사롭지 않다. 최씨가 기장도예협회 회원으로 집안에 가마를 설치해 작업도 하고 판매도 한다. 이 잔이 일년에 500개 정도가 그냥 없어진다고 한다. 기자는 "오늘 2개가 더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강원도 홍천에서 가져왔다는 진한 더덕 동동주에 깜빡하고 말았다. 이 일대에서 나는 장어는 한결같이 싱싱하다.


 



 


최씨는 "손님들이 이 집 장어는 환상적이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그 환상적인 놈들을 달콤새콤한 소스에 버무렸다. 20가지 재료가 들어간 소스다. 부부 둘이서 문을 꼭 잠그고 은밀히 만들었다고 한다. 새우는 큰놈들을 모았다. 아무래도 덩치가 커야 맛이 있다. 조개는 대합과 키조개, 가리비를 섞어 골고루 맛을 볼 수 있다. 딱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간혹 길을 잘못 찾으면 좁은 길로 어렵게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찡그리고 들어와도 거의 다 밝은 표정으로 나간단다. 사방으로 트인 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죽성초등학교에서 좌회전한 뒤 바닷가 쪽으로 들어가 맨 끝집이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넷째주 목요일은 쉰다. 051-724-0002,  박종호 기자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