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황동규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13. 23:22

 

 

본관 제안
국적 한국
활동분야 문학
출생지 평남 숙천
주요수상 현대문학상(1968), 한국문학상(1980), 대산문학상(1995), 제2회 미당문학상(2002)
주요작품 《즐거운 편지》 《조그만 사랑노래》 《삼남에 내리는 눈》
본문

본관은 제안()이다. 세련된 감수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서정의 세계를 노래해 문학엘리트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는 중견시인이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1957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1967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70∼197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원으로 수학했으며, 1987∼1988년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2002년 현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58년 서정주()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대표적인 연시 《즐거운 편지》를 비롯해 첫시집 《어떤 개인 날》(1961)에 실린 연작시 《소곡》과 《엽서》 등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를 이루었다. 이 시기에는 사랑과 미움으로 정형화되어온 전통적 연애시의 정서와는 달리 신선한 정념의 분위기를 형상화한 시인 특유의 독특한 연가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어 두번째 시집 《비가()》(1965)에서는 초기 시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수용의 자세와는 달리 숙명적 비극성을 담백하게 받아들여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좀더 성숙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1966년 정현종() 등과 함께 동인잡지 《사계》를 발행했다.

1968년 마종기(), 김영태()와의 3명의 공동시집 《평균율 1》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열하일기》 《전봉준》 《허균》 등의 시를 비롯한 이 시기 이후의 시에서는 연가풍의 애상적인 분위기보다는 시대적 상황의 모순을 역사적·고전적 제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여 시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1970년대로 이어져 모더니즘으로 자리잡았으며,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에서 더욱 확실히 나타난다.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노래한 《계엄령 속의 눈》 등의 사회비판시는 예각적인 상황의식을 표출하기보다는 암시와 간접화의 표현법을 사용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한차원 높게 작품화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어 나온 시집 《악어를 조심하라고?》(1986)에서는 작가의 독특한 시법인 극서정시의 실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95년 《현대문학》에 연작시 《풍장 70》을 발표함으로써, 1982년 《풍장 1》을 시작으로 14년에 걸쳐 죽음이라는 주제를 계속적으로 발표해 문단의 화제가 된 연작시를 마감했으며, 이 연작시는 시집 《풍장()》(1995)으로 발행되었다. 시인의 죽음관을 엿볼 수 있는 이 시집은 독일어판으로도 출간되었다.

새로운 변화를 시적 생명력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시인은 이순을 넘긴 나이에도 개성적인 극서정시와 장시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문단의 귀감이 되고 있다. 현대문학상(1968), 한국문학상(1980), 연암문학상(1988), 김종삼문학상(1991), 이산문학상(1991), 대산문학상(1995), 미당문학상(2002) 등을 수상했다.

저서에 시집 《열하일기》(1972), 《삼남에 내리는 눈》(1975), 《견딜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1988), 《몰운대행》(1991), 《미시령 큰바람》(1993), 《외계인》(1997), 《버클리풍의 사랑노래》(2000) 등이 있다. 이밖에 시론집 《사랑의 뿌리》(1976)와 산문집 《겨울노래》(1979), 《나의 시의 빛과 그늘》(1994), 《시가 태어나는 자리》(2001),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2001) 등이 있다.

 

 

1.<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옆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2. - 풍장(風葬)·1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 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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