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있는 섬

안개 속에서..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18. 14:01

 

 

요며칠 날씨가 참 짖궂다

온통 잿빛으로 흐리다가 간간이 뿌리는 비..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개이는 날씨..

오늘도 오후부턴 개이고 있지만 아직도 하늘은 흐리고 공기도 습기를 머금은 듯하다

어제밤엔 이런 날씨에 성향이 발동한 걸까.. 가족들과 태종대로 갔다

그런데 세상에..그런 안개는 첨이었다

s자로 나있는 구비구비 길목을 온통 휘감고 있는 안개..안개..

점점이 뿌리는 안개비가 나트륨등 불빛에 선명한 가로등 위에도 나무 위에도 사방은 온통 안개 천지였다.

바람이 불면 그 안개들이 바람에 실려 아스라히 멀어져가는 모습들, 그 사라지는 것들을 따라 안개속을 

걷노라니 마치 내가 이 지상에 있지 않고 환상의 세계에 와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쏴~해지는 기분..

미로 같은 안개 속을 헤매며 가고있는 내 모습이 '지금 여기' 발을 못 디디고 늘 '내일 다른 거기'를

꿈꾸는 지금의 내 삶과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에..

그 모든 것들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까진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 한계에 대한 답답함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개는 더 장관이었다. 보통때 내려다보이던 시퍼런 바다와 파도는 온데간데 없이

온통 희뿌염..그 자체..

딸아이는 혹시 눈이 멀게 되어 보지 못하게 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나도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닐까 몇번이고 눈을 감았다 떠봐도 사방천지에 오로지 안개만이 존재하고 있는듯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왠지 안개가 꼭 생명 있는 존재처럼 따라오며 손짓하는 듯한 느낌에 몇번이나 뒤돌아보다가 차를 돌리곤 했는데..

불과 어제의 기억인데도 마치 먼 옛날 꿈속 일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묘하다. 아마 안개가 주던 이미지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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