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있는 섬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

사과나무 아래서 2007. 7. 28. 16:36

찌는듯한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날씨..난 여름이 좋다

생각해보면 여름을 좋아하게 된 건 먼 옛날로 거슬러가야할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직장관계로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던 우리 가족은 방학이 되면 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내려가곤 했다. 그때 가게된 곳이 경남 남해..내 맘속 여름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굳히게 된 곳이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아버지가 묵고 계셨던 주인집..

마당 한가운데는 널찍한 나무 평상이 있었고 그옆에는 거름으로 쓸 짚더미가 높이 쌓여있던 기억이 난다

밤이 되면 모기들을 좇느라 태우던 건초들의 연기가 솔솔 피어올랐고 평상에 앉아 쩍~하고 갈라지는

새빨간 수박을 먹던 기억.. 차가운 우물물에 등물을 하던 기억도....

그리곤 평상에 누워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세곤 했었다.

그땐 별들도 참 밝고 선명했었는데..

대문을 나서면 키 큰 옥수수밭이 있어 주인 아주머니가 막 따서 삶은 따뜻한 옥수수를 갖다주시기도

했고 마당에 빨래줄 같은 곳에 걸려있던 노란 꽈리(수세미?)란 것도 처음 보았었다.

집을 나서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논이  있었고 좁은 논두렁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던 기억도 또렷하다

그리고 또하나 기억에 남는 상주 해수욕장..

그때 백사장의 매끄럽던 모래들, 그 입자 고운 부드러움이 좋아서 연신 모래를 집었다 흩뿌리면서

알 수 없는 슬픔?같은 걸 느꼈던 감정도 기억난다

붙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흘러버리는 모래들처럼 그때 이미 덧없는 생의 한 단면을 

보아버린 것일까? ㅎㅎ

또하나 내가 여름을 좋아하게 된 건 대학교때의 추억 때문일게다

생각해 보면 굳이 추억이라 할 것까지도 없는 그런 기억 같은 것이 아직도 해운대에 남아있다

그 추억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는,풋풋한 젊었던 한 때를 떠올리게 하는 S..

그 S도 몇년 전 여름에 보내온 메일 속엔 이렇게 적어놓고 있었다

그 해 여름..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네게 무슨 말을 할까..하고..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해도~~추억은 추억으로 남는가 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이 부치는지 예전만큼 더위가 반갑지만은 않지만..아직은 그래도 내게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계절 여름..

다만 그 기억이, 그 생동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빛이 바래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밖에 없는 세월이

아쉬워진다..

 

 

 

 


지난 여름날의 이야기 - 딱따구리 앙상블 
너와나의 기쁨과 사랑을 노래한 
지난여름 바닷가를 잊지 못하리 
(후렴)
그얼굴에 노을이 물들어 오 고 
머리카락 바람에 헝클어 질 때 
너와나의 기쁨과 사랑을 노래한 
여름날에 바닷가를 잊지 못하리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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