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증권

3년 `심리적 만기` 된 적립식 펀드…3가지 길이 있다

사과나무 아래서 2007. 5. 16. 15:51
3년 `심리적 만기` 된 적립식 펀드…3가지 길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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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코스피 지수는 16.4포인트(1.02%) 하락한 1589.37을 기록, 1600선 방어에 실패했다. 조정받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간 오르기도 많이 올랐다. 연초 이후 10% 넘게 올랐다. 시계를 2003년으로 넓히면 660선에 머물던 지수가 150% 가까이 상승했다.

2003년은 적립식 펀드 바람이 분 때다. 이 즈음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경우 올해가 '만기'다. 정확히 말하면 은행에서 설정한 펀드로의 자동이체 기간(통상 3년)이 끝나는 것이다. '심리적 만기'인 셈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수탁액이 감소한 펀드의 75%가 2003~2005년에 설정된 펀드다. 3년 정도 묵은 펀드는 이미 은행 이율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냈다. 당장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급등한 지수가 언제 떨어질지도 불안하다.

게다가 3년 정도 돈이 쌓이면 적립식 펀드의 장점인, 쌀 때 많이 사서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코스트 애버리지' 효과가 미미하다. 일명 '물타기'를 해봐야 원래 있던 물이 워낙 많아 그다지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당장 환매를 하자니 마땅히 자금을 굴릴 데가 없다. 갈 곳을 못 찾은 돈은 대기자금 성격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몰린다. 4월 말 현재 CMA 잔액이 16조2649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만기가 됐다고 무조건 환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환매해 또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결국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환매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불입 중단=적립식 펀드 만기를 맞은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자동 이체만 끊으면 된다. 은행예금은 만기 이후엔 '쥐꼬리'만한 이자를 지급하지만 펀드는 달라지는 게 없다. 펀드 만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입한 펀드가 그간 우수한 성과를 내왔고 향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엔 권할 만하다. 높은 지수대에서는 적립식으로 사봐야 매수 단가를 낮추기도 힘들다.

일단 불입을 중단하고 시장 흐름을 지켜보다가 확신이 설 경우 추가 불입을 한다. 신규가입이 아니라 펀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므로 수수료 부담이 없다.

◆부분 환매=아무래도 지수가 부담스럽다면 부분 환매한 뒤 조정을 기다린다. 향후 시장이 계속 올라도 남은 펀드로 수익을 낼 수 있고, 조정을 받으면 확보한 현금으로 저가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초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펀드를 환매해 해외펀드에 집어 넣었다. 그러나 국내펀드(주식 성장형)의 연초 이후 수익률(15일 기준)은 14.83%인 반면 해외펀드는 평균 5.61%에 그친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전액환매보다는 시황에 따라 적절한 비중 조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펀드 갈아타기=현재 가입한 펀드가 시원치 않은 경우엔 전액 환매해 성과가 우수한 다른 펀드로 갈아타도 좋다. 단 운용 철학이 뚜렷하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수익을 낸 펀드를 고르도록 한다.

또 이 기회에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도록 한다. 국내펀드만 있다면 일부를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적립식 펀드가 시간을 분산해 위험을 줄인다면, 해외펀드 투자는 시장을 달리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그밖에 리츠.인프라펀드.실물펀드 등 주식이 아닌 다른 자산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