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시

이해인

사과나무 아래서 2007. 4. 14. 09:26

마지막 기도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 사는
한 송이의 흰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지막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나오리라

어떻게 웃을까
고통 속에도 설레이는
나의 마지막 기도를
그이는 들으실까

 

 



이해인(1945 ~  )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 영문과 전공
사강대 대학원 종교학과 졸업.
1964년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회
1970년 <소년>지로 등단.
<여성동아대상>,<새싹문학상>,<부산여성문화상> 수상.
시집:<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시간의 얼굴> 등
시선집:<사계절의 기도>,<다시 바다에서>
산문집:<두레박>,<꽃삽>,<사랑할 땐 별이 되고>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따뜻한 손길>,<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와
동시집으로 <엄마와 분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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