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재테크

통장 깨는 데도 순서가 있다

사과나무 아래서 2008. 1. 5. 11:11

 

경기도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A 씨. 5년 이상 한 자리에서 탄탄하게 영업력을 다져왔지만 몇 달 전 길 건너 T베이커리가 생기는 바람에 커다란 타격이 발생했다. 국내 그룹사 브랜드인 T베리커리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자 과감하게 30% 세일을 단행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계를 제과점에만 의존하는데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자 금융 거래는 물론이고 집안 살림이 온통 엉망이 되어버렸다.

가계 재무관리에서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 이와 같은 유동성 리스크다. 샐러리맨의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은 물론이고 자영업자의 구조적인 영업 침체는 가계의 기본적인 생활권마저 크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운영하는 제과점 영업이 크게 위축돼 몇 달 동안 적자가 누적되자 A 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해 온 보험과 적금, 펀드를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가계 자금회전이 막혀 일부 금융상품을 해약해야 할 상황인데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금융상품을 해약하거나 납입을 일부 중단해야 할 때 먼저 포기해야 할 것과 끝까지 유지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

별도의 대비 없이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하면 대부분 보험부터 해약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때 질병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보험상품의 도움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턴트는 "가계 자금 사정이 악화될 때일수록 보험은 유지해야 한다"며 "다만 가입한 상품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따져보고 재조정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계약 때문에 비용이 높은 종신보험이나 CI보험에 가입한 경우 생명보험사의 정기보험으로 사망보험금을 확보하고 질병 보장은 손해보험사의 실비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변액유니버셜을 제외한 보험 상품은 2개월 이상 보험료 납입이 연체되면 자동 해지된다. 따라서 재조정에 대한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익이 발생한 펀드 역시 함부로 환매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보다는 금리가 낮은 것부터 정기 적금을 먼저 해약하는 편이 낫다. 적금은 납입이 중단된다고 해서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밀린 만큼 약정 이율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적립식펀드는 납입이 중단되더라도 이미 투자한 자금은 지속적으로 운용돼 수익을 내 줄 수 있다. 환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해도 부분 환매라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적금 상품 가운데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이 있는 경우 해약을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가령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연 300만원 이내에서 불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7년 이상 유지할 때 이자소득세 15.4%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하지만 가입한 지 5년 이내에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없을 뿐 아니라 소득공제 받은 세액을 추징 당한다.

세금 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이나 펀드 역시 마지막까지 들고 있어야 할 상품이다.

송승용 컨설턴트는 "연금저축이나 펀드는 중도 해지할 때 손실율이 특히 크기 때문에 최대한 해약을 뒤로 미뤄야 하며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펀드도 마찬가지"라며 "금리 상품을 먼저 해약하는 것이 순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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